카카오브레인은 함께 세상을 바꾸는 질문을 던질 크루를 영입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한 자리를 마련하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많이들 여쭤보시는 게 있는데, 바로 카카오브레인의 ‘연구문화’에 대한 질문입니다. 지난 콘텐츠 <카카오브레인, 뭐하는 곳인가요?>를 통해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what)를 이야기했었다면, 오늘은 카카오브레인이 어떻게(how) 일하는지 들려드리려 해요. 

카카오브레인의 연구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MM(Multi-modal)사업실, 칼로사업실, 언어모델사업실 소속 크루(krew)들을 만났습니다. 세 개의 사업실원 모두 최근 세계적인 챌린지와 학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는데요. MM사업실의 아이작, 데니스, 해리, 루이 그리고 언어모델사업실 코코와 칼로사업실의 데미안이 함께한 인터뷰 지금 시작합니다!


🏆 얼굴인식 챌린지 우승과 세계적인 학회의 논문 승인 소식

축하합니다! 최근 FATE 챌린지 PAD 부문에서 1위를 달성하셨다고요. 챌린지에는 어떻게 참가하게 되었나요?

아이작 | FATE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이하 NIST)가 주최하는 세계적인 얼굴인식 기술 대회예요. 저희가 우승한 PAD는 Presentation Attack Detection의 약자예요. 얼굴인식 과정에서 이게 진짜 사람의 얼굴인지 혹은 종이나 디스플레이로 갖다 댄 다른 사람의 얼굴인지 이런 사칭 및 얼굴 위⋅변조 시도를 탐지하는 기술, 즉 안티 스푸핑 기술을 평가하는 부문입니다. 챌린지 소식이 있기 전부터 내부적으로 얼굴인식 개발을 하고 있었어요. 얼굴인식을 상용화하려면 사칭이나 위⋅변조를 감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알고리즘이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던 차에 NIST에서 챌린지 소식을 메일로 전해왔어요. ‘우리 한번 준비해 보자’란 마음으로 데니스, 해리와 함께 참가하게 됐습니다. 

해리 | 이번 챌린지 이전엔 대부분 서비스에 들어가는 모델을 개발하거나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실제 세계적인 수준에서 경쟁하는 이런 큰 대회에 참가하는 게 처음이라 기대가 컸어요. 아이작과 데니스가 예전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둔 적 있는 챌린지이기도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습니다.(웃음)

칼로사업실에도 기쁜 소식이 있잖아요. 최근 진행한 연구 논문이 NeurIPS’23에 채택되었는데, 먼저 NeurIPS와 이번에 투고한 논문 소개 부탁드려요. 

데미안 | NeurIPS는 Neural Information Processing Systems, 즉 신경정보처리시스템 학회예요. 현재 인공지능의 근간이 되는 학습 모델이 바로 딥러닝 모델인데, NeurIPS가 이 딥러닝에 있어선 세계 최대 규모이자 가장 권위 있는 학회죠. 논문 채택률이 26.5%에 불과할 정도로 기준이 까다로운 학회로도 유명해요. 이번 연구 논문은 내재적 신경 표현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표현법에 관한 내용이에요. 저와 프로스트, 포스텍 교수님 두 분과 함께했습니다. 저희는 기존에 고려되지 않았던 ‘지역성’을 고려하는 연구를 했어요. 이미지를 예로 들면 하나의 픽셀은 아마 주변 픽셀과 컬러가 비슷할 확률이 높을 거예요. 이처럼 대부분의 데이터는 공간적으로 주변에 있는 데이터와 높은 연관관계가 있는데 이런 특징, 즉 지역성을 고려한 모델 설계 관련 논문을 투고했어요.

이어서 EMNLP Findings 2023 얘기도 해볼게요. 이 학회에서 카카오브레인의 논문이 3개나 승인되었어요. EMNLP Findings와 코코가 투고한 논문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코코 | EMNLP는 세계 3대 자연어 처리 학회로 인공지능(AI)번역과 챗봇, 기계학습 기반의 자연어 처리 기술과 다양한 응용 연구를 다뤄요. 저는 이번에 지식기반 대화 생성 관련 논문을 투고했어요. 일반적으로 지식기반 대화 생성 모델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어노테이티드(annotated) 데이터가 필요해요. 지식을 외부에서 가져오는 과정에서 인터넷 검색이나 DB 검색이 필요한데, 이때 모델이 어떤 검색 쿼리(search query)로 검색할지 판단할 때 어노테이션이 필요하죠.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어노테이티드 데이터 없이도 모델이 양질의 검색 쿼리를 생성하고, 이를 토대로 적절한 지식·문서를 가져와 답을 생성할 수 있는 학습 알고리즘을 제안했어요. 

루이 | 저희 팀은 ‘Consistency is Key: On Data-Efficient Modality Transfer in Speech Translation’이란 논문을 투고했어요.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음성 번역기 학습 시, 기존 텍스트 기반 번역기에서 학습한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고 음성 번역기를 효율적으로 학습할 방법에 관한 내용이에요. 

📝 연구 프로세스와 비하인드 스토리

전반적인 연구 프로세스가 궁금해요. 보통 협업과 연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아이작 | PAD연구는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져요. 데이터가 준비되면 팀원끼리 여러 모델을 나눠서 돌려보고 성능을 공유해요. 어떻게 하면 성능을 높일 수 있을지 의논하는 과정을 틈틈이 가지고 거기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다시 알고리즘을 수정하는 식이에요. PAD 같은 경우 데이터셋을 만드는 것부터가 난이도 있는 과정이라 예를 들면 무슨 종이를 쓸지, 종이는 어떻게 자를지 등 데이터셋 구성에 대해 논의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코코 | 저희 팀의 경우, 작년 하반기부터 Conversation/Dialogue Model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했어요. 그중에서도 Meta에서 공개한 Blenderbot-3(BB3) 모델을 타겟팅해 1) 이를 zero-base에서부터 재현하고 2) BB3 모델이 갖는 한계점을 극복하는 게 주된 내용이었는데요. 실제로 모델을 재현해 보니 BB3의 문제점은 앞서 말한 search query를 생성하는 module의 성능이더라고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에 선행된 방법론들을 파악하고 우리가 제안한 방법론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는 단계, 이 과정을 취합해 하나의 페이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특히 BB3 재현 과정에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할애했어요. BB3가 여러 modular를 하나의 모델에 담았기에 프로젝트 인원을 나눠 각 module의 기능 구현에 집중했습니다.

데미안 | 저는 이번 연구뿐 아니라 대부분 연구가 제품 개발 프로세스와 비슷한 것 같아요. 1) 우선 연구 주제가 정해지면 작동하는 최소한의 베이스라인 모델을 만들어요. 2) 그런 다음 그 모델을 실험하면서 우리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모습과 실제와의 차이를 비교하고 3) 이상적인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아이디어와 이를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해요. 인공지능 연구도 다른 실험 및 연구와 똑같다고 보면 돼요. 그래서 저희 팀은 실험 노트를 아주 엄밀하게 적고 가설도 굉장히 정교하게 세워요. 제가 거의 광적으로 강조하죠.(웃음) 

연구 주제가 정해진다고 하셨는데, 연구 주제는 주로 어떻게 정해지나요?

데미안 | 되게 재밌는 경험이 있는데요. 작년 여름, 저희 팀이 내재적 신경 표현 관련해 새로운 주제를 탐구하고 있을때, 한 달 동안 매일 새로운 논문을 읽고 논의하는 일만 했어요. 아무것도 안 하고요. 논문을 고를 땐 ‘우리가 할 수 있고, 하면 잘될 것 같다’ 싶은 걸 고르기보단 ‘우리가 같은 시간 동안 풀었을 때 가장 의미 있는 게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골랐어요. 아무래도 선행 연구를 지향하는 팀이다 보니 같은 시간, 같은 역량을 가지고 좀 더 도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찾아 나서는 것 같아요. 물론 회사의 방향성도 고려해요. 

루이 | 과거에는 각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재밌는 연구가 있으면 같이 토론해 보고, 관련해 논문을 쓰고 싶은 사람끼리 그냥 모여서 연구를 진행했어요. 지금은 그보다 조금 더 체계를 갖추고 사업성을 고려하거나 협업 연구도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부분 자발적으로 흥미를 느끼고 주제를 정하는 편이에요.

아이작 | 팀마다 조금씩 다른 문화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 팀은 주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게 어떤 기술일까’를 먼저 고민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얼굴인식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던 거고, PAD도 그 연장선에서 참가하게 된 챌린지죠. ‘이 기술 개발하면 괜찮은 서비스가 될 것 같다’가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렇게 프로세스만 쭉 들어보면 지금까지의 과정이 간단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우여곡절도 많았을 것 같아요. 

아이작 | 맞아요. 일단 사칭이나 얼굴 위⋅변조 시도에는 변수가 너무 많아요. 예를 들어 특정 인물의 얼굴을 프린트해 사칭을 시도한다면 그 종이가 일반 A4용지인지 인화지인지, 종이 테두리가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 그걸 얼마나 가까이 갖다 댈 것인지에 따라 다 다른 케이스로 봐야 하죠. 아예 3D 실리콘 마스크를 만들어 사칭을 시도할 수도 있고요. 회피 시도도 마찬가지로 수염을 붙일 건지, 안경을 쓸 것인지 정말 다양한 방법이 있잖아요. 그런데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NIST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기술을 테스트하는지 절대 알려주지 않아요. ‘과연 우리가 주어진 시간 안에 이 변수들을 다 커버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있었어요.

해리 | 실제로 기억에 남는 게, 저희가 어떤 공격을 예상하고 데이터를 모아 그 공격을 잘 방어했다는 게 입증되었거든요. 그런데 똑같은 공격을 다른 날 다른 장소에서 테스트했더니 방어가 뚫리는 거예요. 당황스러웠죠.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지 궁금해요.

해리 | 데이터 수집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 경험 덕분에 오히려 더 치밀하게 준비했죠. ‘이것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준비한 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데니스 | 맞아요. 알고리즘 개선도 중요하지만 연구의 80% 이상은 데이터가 성능을 좌우하는 것 같아요. 특히 이번에 사칭과 회피 중 회피를 감지하는 테스트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는데, 회피 시도는 비교적 최근에 대두되기 시작한 이슈예요. 아직 연구가 부족한 분야다 보니 데이터를 더 꼼꼼히 수집했던 게 힘을 발휘한 것 같습니다. 또 문제를 작은 단위로 나눠서 쉽게 풀려고 노력하기도 했어요. 전체를 한 번에 풀려면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땐 케이스를 세세하게 나눠 보려고 했습니다.

🗣️ 우리팀만의 커뮤니케이션 문화

팀원 간 커뮤니케이션이나 팀의 의사결정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편인가요?

아이작 | 우선 저는 팀장이다 보니 해리와 데니스가 하는 일을 일일이 컨트롤 하지는 않아요. 큰 일, 예를 들면 이번 챌린지에 참가할 것인지 말 것인지 같은 크고 중요한 결정에만 관여하는 편인데요. 중요한 건 설득인 것 같아요. 처음 데니스의 입장은 한 번 참가할 때 제대로 준비해서 좋은 성능을 냈으면 좋겠다는 거였지만, 저는 성능이 좀 부족하더라도 챌린지에 참가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처음 FRVT(현: FATE)에 참가했을 때 꼴찌하지 않았냐, 일단 해보고 그걸 바탕으로 올라갈 수 있을 거다’ 이렇게 설득했고 데니스가 응해줬어요. 

데니스 | 아이작의 충분한 설득으로 제가 동의한 후 일을 진행하다 보니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어요. 같이 연구한 해리와는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조금씩 맞춰갔던 것 같아요. 자주 얘기하고 결과도 자주 공유하고 이런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해리 | 챌린지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았는데, 이렇게 자주 소통하다 보니 데니스가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빨리 파악할 수 있어요. 그걸 알고 나니까 처음부터 어떻게 피드백을 요청하거나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었죠. 

학회에 참가한 팀은 어떤가요? 커뮤니케이션 성격이 조금 다를 것 같기도 해요.

데미안 | 학회에 참가해서라기보다, 아마 팀마다 소통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 다를 거예요. 저희 팀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두 가지 있어요. 첫 번째는 ‘내가 진행한 내용을 잘 정리해서 공유한다’는 거예요. 두 번째는 ‘모르는 건 솔직하게 말하자’죠. 우선 첫 번째 원칙의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은 내가 뭘 했는지 이해할 수 없잖아요. 당연히 좋은 피드백이 나올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실험 노트와 위클리를 잘 작성하는 걸 중요시해요. 두 번째로 얘기한 건, 사실 선행 연구는 아무도 몰라요. 제 경험상 ‘내 생각이 무조건 맞아’라고 서로 확신하는데도 답이 안 나오는 일은 둘 다 모르고 있을 때 일어나더라고요.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게 다 틀릴 수도 있어’를 전제로 깔고 가면 피드백 줄 때 서로 편해지는 것 같아요. 우리 모두 부족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고 인정해야 제대로 된 지식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루이 | 데니스, 해리와 다르게 저희 팀은 소통이나 피드백 빈도가 너무 높으면 일하는 데 집중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예요. 그래서 노션에 노트를 남기거나, 슬랙을 활용한 소통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데미안이 얘기한 것처럼 사람마다 특색이 다르다 보니 팀별 성격도 다른 것 같네요. 그리고 저희 팀도 실험 노트를 잘 쓰려고 해요. 사실 실험을 하다 보면 매번 진행상황을 정리하는 게 귀찮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막상 해 보니 이게 더 효율적이라는 걸 깨닫고 다 함께 실천하고 있어요. 또 하나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다른 사람 의견에 무조건 동의하지 않기’예요. 본인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근거를 들어 자유롭게 말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코코 | 저는 질문이나 피드백을 할 때 진솔하고 직설적으로 하려고 해요. 물론 예의는 갖추고요. 저뿐만 아니라 카카오브레인 전반적으로 그런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아요. 크루들을 보면 입사 초기엔 소극적이다가 금방 이런 문화에 적응해 활발하게 질문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모습도 많이 보여요. 또, 팀원 모두 지적호기심이 강해요. 연구 방향성 등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나오는 분위기인데, 이걸 하나로 잘 취합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팀 리더인 클라우드가 이 부분을 잘 해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내다보면 서로 의견이 갈릴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땐 누가 어떻게 결정하나요?

코코 | 앞서 아이작이 말한 것처럼 카카오브레인 전반적으로 자신의 의견에 따라 상황을 이끌고 싶으면 동료들을 설득해야하는 문화예요. 팀리더, 실장 혹은 그 이상의 레벨에서도 무언가를 진행하고 싶을 때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그 일을 실질적으로 하게 될 크루들을 설득해서 이루어지죠. 물론 상황에 따라 예외사항이 있을 때도 있지만요. 아무래도 설득에 시간과 힘을 많이 쏟아야 하니 이 방식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이런 과정이 있어야 일에 관여된 모든 사람이 같은 동기부여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스레 프로젝트에 속도감이 붙는 장점도 있고요.

데미안 | 저희는 그냥 다 해봐요.(웃음) 왜냐면 A가 정답일 수도, B가 정답일 수도 혹은 둘 다 정답일 수도 있거든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 편이에요. 

연구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팀 내부적으로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편인가요?

데니스 | 프로젝트마다 다르지만, 이번 챌린지의 경우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한 번의 실패가 굉장히 크리티컬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실험 설계, 데이터 수집 등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은 꼼꼼히 계획을 세워 진행했던 것 같아요. 어떤 실험이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죠. 

코코 | 연구에 있어 실패는 항상 있는데요, 서로의 조언과 디렉션을 통해 극복해나가는 분위기예요. 사실 저희 팀에서는 어떤 행위나 결과물을 ‘실패’로 규정지은 적이 없어 이 질문이 낯설게 느껴져요. 말을 조금 바꿔 만약 기대하지 않았던 실험 결과가 나왔다면 이걸 ‘lesson learn’으로 삼고 문서화하거나 팀원끼리 구두로 공유해 비슷한 이슈가 발생하는 걸 방지하고 있습니다.

루이 | 코코 말대로 실험 과정에서 실패는 너무 일상적인 일이라서, ‘아 오늘도 이렇구나’하는 편이에요.(웃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도 쉽지 않았겠어요.

루이 | 그렇죠. 처음 이 분야에 입문했을 땐 배울 게 많으니까 즐겁고 재밌었는데요. 본격적으로 실험을 시작하면 문제 정의부터 실험을 어떻게 세팅할 것인지, 실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관련해서 많은 분이 조언을 해주셨고, 좋은 연구를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고 있습니다. 

데미안 | 저도 어느 순간 마인드가 바뀌었어요 내가 모르는 게 당연하고, 모르는 걸 알아가는 과정이 연구라는 인식의 변화가 있었죠. 새삼 연구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것 같네요. 저도 ‘실패’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듣는데요. 팀에서는 실패를 별로 실패라고 인식하지 않아요.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은데, 궁극적인 목표를 기준으로 봤을 땐 실패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연구의 시작이에요.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건 분명 뭔가 놓친 부분이 있기 때문이잖아요. 다시 하나하나 검증하면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날카롭게 빌드업하다보면 그게 곧 새로운 연구가 된다고 생각해요. 

🏃 꾸준한 노력 그리고 성장

분야가 분야인 만큼 최신 연구나 동향을 빨리빨리 따라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데미안 | 맞아요. 맡은 프로젝트가 선행 연구 프로젝트인 경우가 많다 보니, 저희가 연구하는 분야에 있어서는 항상 온타임으로 최신 연구들을 파악하고 있어야 해요. 그리고 이 소식을 한 명이 알려줘선 안 되고 팀원 모두가 함께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뭔가 새로운 게 나왔을 때 빠르게 팀원끼리 공유하고 리뷰해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반영하는 편입니다. 한편으론 AI 기술이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 매일 너무 많은 논문이 쏟아져나오기 때문에 선을 잘 긋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가 관심 있는 분야를 확실하게 정하고, 그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빠르게 공유하고 연구에 적용하겠다는 마음가짐이에요. 

다른 팀은 어떤가요. 사실 실무를 하다보면 이렇게 스터디 성격을 띠는 활동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지 않나요?

루이 | 안그래도 팀 내부적으로 최신 연구나 동향을 어떻게 팔로업해야 할지 많은 논의와 노력이 있었어요. 그 결과 지금은 팔로업하지 못한 부분이나 최신 논문 관련해서 각자 매주 노션에 정리하는 방식을 채택해 쓰고 있어요. 그 다음 주간회의 전에 정리된 내용을 팀원 모두가 읽어오죠. 주간회의 시간에는 각자 공유할 내용을 발표하고 끝나는 게 아니고, 그 자리에서 토론도 진행해요. 

코코 | 저희도 주 1회 ‘페이퍼 리뷰’를 가져요. 한 사람이 하나의 논문을 정독해오고 요약해 발표하는 시간이에요. 이 시간은 모든 팀원이 참여해 두 시간 넘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루이 팀과 마찬가지로 다들 적극적으로 질문하거나 본인의 사전 지식을 공유하곤 해요. 이렇게 정기적인 자리뿐 아니라 연구 동향이나 소식은 시간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슬랙에 공유하고 쓰레드에서 자유롭게 논의하기도 해요. 

아이작 | 저희 팀은 논문을 일주일에 몇 개 읽어서 공유하자, 이렇게 정해놓기 보단 다들 틈날 때마다 학회 논문을 자주 찾아봐요. 그리고 논의해보면 좋은 주제다 싶으면 저희도 슬랙에 일단 공유해요. 

이렇게 팀에 인풋이 많으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또 실현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루이 | 네, 아무래도 논문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해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요. 먼저 해보고 싶은 게 있다고 얘기한 크루가 간단하고 빠르게 실험을 해봐요. 그런 다음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검증되면 팀원과 리더들에게 공유하고 왜 이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지 설명, 설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코코 | 저희 팀은 아이디어를 먼저 내기보다 최근 연구와 트렌드 및 방법론을 ‘내재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예를 들어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모델 학습에 활용되는 데이터, 코드 베이스 등을 직접 따라 만들어 보는 거예요. 기존 논문이나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리포트된 성능, 수치, 현상 등을 우리도 관측할 수 있는지 경험해보기도 하고요. 이렇게 내재화 과정을 거치면 기존 방법론의 문제를 자연스레 찾게 돼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까, 어떤 차별점을 두어야할까 이때부터 아이디어를 내고 고민하죠. 이때가 가장 재밌는 순간이에요(웃음) 실제로 개선점을 제안했지만 검증 단계에서 꺾이는 경우가 열에 아홉이에요. 그럼 다시 토론하고 디벨롭하고 이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해야 어느정도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빠르게 아이디어를 실험해 보거나 기존 방법론을 내재화하는 것 말고도, 아이디어를 채택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데미안 | 저는 서비스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요. 서비스를 만드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빠르게 기술을 만들어서 적절한 타이밍에 이를 시장에 내놓는 거고요, 두 번째는 반대로 지금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가능해요. 저희가 하는 선행 기술의 역할은 후자에 해당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주제 자체도 다양하게 리스트업하고, 실현해봄직한 아이디어를 고를 땐 그게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보는 편이에요. 단순히 ‘연구를 잘 해서 논문을 내면 되겠다’가 아니라, 이 연구가 잘 됐을 때 시장에 어떤 임팩트를 줄 수 있는지를 상상하면 오히려 결정이 쉬워지는 것 같아요. 

아이작 | 덧붙여서 말씀드리면 하려는 연구나 기술 개발이 서비스에 적용되었을 때의 현실적인 문제도 고민해요. 챌린지에 참가할 땐 성능을 극대화하게 되는데, 그럼 예를 들어 GPU를 수백 대 쓸 수도 있는 거거든요. 하지만 실제 서비스에선 그렇게 할 수 없잖아요. 회사라는 게 리소스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이런 현실적인 조건도 고려합니다. 

네 팀 모두 의사결정에 있어 굉장히 치열한 것 같아요. 혹시 이 과정에서 상처받는 일도 있나요?

루이 | 저 같은 경우 재밌을 것 같다면 그때그때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이에요. 반면 팀에서는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안 될 것 같다는 피드백을 종종 줘요. 그럼 저는 또 말하다 시무룩해지고…(웃음) 그런데 지금은 이유가 있겠구나 생각하고 이유를 물어봐요. 얘기하다 보면 제 설명이 부족했을 때도 있고, 팀원들의 이해가 부족할 때도 있고 그렇더라고요. 이런 부분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데미안 | 개인적으로 좋은 문화라고 생각해요. 결국 모두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은 모두가 누구보다 치열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렇게 치열할 수 있다는 건 모두가 진심이라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루이 | 맞아요. 카카오브레인 문화 중 ‘신충헌’이 있잖아요. 신뢰를 기반으로 충돌하고 방향이 정해지면 모두가 한 방향으로 헌신하자는 건데, 연구문화에 이게 가장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상대가 어떤 피드백을 주든 타당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의견을 내진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요. 

코코 | 그리고 혹시라도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티타임도 종종 가져요.

얘기를 듣다 보니 카카오브레인에서 연구하다 보면 절로 성장할 수밖에 없겠어요. 

데니스 | 내 일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협업하면서 많이 배워요. 프로젝트 전체 방향도 같이 고민해야 하고, 그 안에서 나는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내가하는 일이 어떤 가치를 만들지 끊임 없이 생각해요.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달까요. 또 업무적으로는 실제 서비스가 되는 큰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제 전문이 아닌 분야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어 좋아요. 

해리 | 제 경우 데니스와 함께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중간중간 생기는 일에 대한 판단력을 학습할 수 있었어요. 시간이 없다고 해서 무조건 긴박하게 진행하기 보다 오히려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상황도 있구나라는 걸 배웠죠. 

코코 | 저는 앞서 얘기한 BB3 프로젝트에서 특히 값진 경험을 했어요. 당시 참여한 크루 중 일부는 NLP 분야를 아예 처음 다루는 분도 있었는데, 프로젝트가 끝났을 땐 저를 포함해 모두가 NLP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지게 되었다는 게 기억에 남아요. 

루이 | 좋은 동료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협업하는 것 자체가 매우 값진 경험인 것 같아요. 실험은 구체적인 설계도 필요하지만, 빠르게 진행되어야 할 때도 분명 있는데요. 이럴 때 꼼꼼한 스타일인 저와 일을 빨리 처리하는 동료가 만나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죠. 

그야말로 다양한 사람이 모였기에 가능한 성장 같기도 하네요.

데미안 | 맞아요. 저희 팀만 해도 굉장히 다양한 분들이 모였어요. 개발을 잘 하는 분, 이론에 강한 분, 전체적인 방향을 잘 보는 분. 이 사람들이 다 모여 미팅을 하면 각각의 능력에 저에게도 흡수가 되잖아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제가 못하던 일을 할 수 있게 되니까 그런 부분이 재밌어요. 또 저희가 하는 일이 어떻게 보면 인류가 가진 최고의 기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거잖아요. 팀원들과 치열하게 피드백하고 토론하다 보면 사실 아주 고통스러운데(웃음)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스스로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 앞으로 카카오브레인은

끝으로 이번 챌린지 우승, 학회 논문 승인으로 인해 앞으로 기대하는 바가 있다거나 지금 느끼는 변화, 혹은 관련 향후 계획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아이작 | 사실 당장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런 경험이 차곡차곡 쌓였을 때의 힘은 무시할 수 없죠. 앞으로 카카오브레인이 더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좋은 발판이었다고 생각해요. 

데미안 | 선행연구도 바로 서비스화 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보니 직접적인 변화가 바로 느껴지는 건 아닌데요. 저는 선행연구는 기초 체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딥러닝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있으니 이 기초 체력을 가지고 앞으로 사업실과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거예요. 

코코 | 사업적인 면뿐만 아니라 카카오브레인 크루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루이 | 그리고 대외적으로 카카오브레인이 이렇게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는 걸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더 뛰어난 인재분들이 합류할 수 있는 환경을 꾸준히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요. 

정말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데미안 | 저와 저희 팀이 매일 하는 말이 있어요. “다가올 미래는 온다.” AI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뭔가가 나오고 그걸 따라가면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요. 미래를 구경하든지 직접 만들든지 둘 중 하나만 하자는 마음이에요. 어쨌든 미래는 계속 다가오고 있으니 우리가 이끌어 나가자는 태도로 연구하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여기까지입니다. 카카오브레인의 연구문화에 대한 궁금증이 해결 되었나요? 사람이 모두 다르듯 모든 팀이 조금씩 다른 문화 속에서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긴 인터뷰를 마치고도 카카오브레인의 연구문화를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위에서 아래로 만드는 문화가 아닌, 다양성과 유연함을 기반으로 크루 모두가 함께 연구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점은 확실해요. 어떤 분이 오더라도 카카오브레인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갈 준비가 되어있답니다. 그러니 현재 열려있는 혹은 앞으로 열릴 인재영입 포지션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카카오브레인 영입문의 apply@kakaobra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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