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에서 B^로

^ 얼핏 보면 이모티콘 같기도 한 이 기호는 캐럿이라 발음합니다. 작년 10월 카카오브레인이 내놓은 AI 기반 이미지 생성 플랫폼인 ‘비디스커버(B^ DISCOVER)’에도 이 기호가 함께 붙어있습니다. 카카오브레인은 작년 B^(비캐럿)이라 이름붙인 통합 브랜드를 개발했어요. 카카오브레인의 ‘B’에 녹색과 노란색이 그라데이션 되어 있는 로고에서, 선명함이 느껴지는 B^으로 로고로요. 브랜드에게 리브랜딩은 자신의 정체성이나 역할을 재정의해야겠다고 느끼는 순간에 이뤄집니다. 카카오브레인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 새로이 통합브랜드를 구축 했는지 그 이유를 들여다볼게요. 통합브랜드 구축을 리딩한 카카오브레인 UX리드 트로이가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통합브랜드 구축의 배경 : 우리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카카오브레인은 지난 2017년, 카카오의 AI 연구전문 자회사로 출발했습니다.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을 AI로 해결한다는 모토 아래 AI 선행 연구와 기술 개발을 하고 있어요. 이제 막 AI 회사가 생기기 시작한 무렵, 카카오브레인은 마치 초보 스타트업처럼 고군분투해왔죠. 그 결과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i,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미니 등 현재 카카오의 AI 사업의 바탕이 된 프로덕트의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도 수많은 AI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이 결과를 논문에 등재하고 있어요. 2021년부터는 직접 만든 초거대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기도 하며, AI 커뮤니티 생태계를 확장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보로 카카오브레인은 현재 국내에서 손꼽히는 AI 연구 기업으로 성장했어요.

카카오브레인의 에센스 : Unthinkable question makes impactful answer

비즈니스의 확장과 통합브랜드 구축의 필요성

브랜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시작한 건 2020년 쯤이에요. 그 사이 AI를 다루는 회사는 점점 많아졌어요. 더 이상 카카오브레인이라는 이름만 걸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카카오브레인이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어요. AI 기술을 연구한다는 모호한 문장이 아닌, 하는 일을 실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카카오브레인이 만드는 요소 기술은 무엇이 다른지,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의가 필요해졌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였습니다. 카카오브레인은 초기 몇 년간은 AI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집중했어요. 사업을 하는 기업이기보다는 연구기관에 가까웠어요. 사업 분야를 본격적으로 확장한 건 2021년 지금의 김일두(커티스) 대표를 선임하고 나고부터입니다. 그 해 말에 한국어 초거대 AI 언어모델인 ‘KoGPT’를 오픈소스로 공개했어요. 2022년에는 이 모델을 활용하여 시 쓰는 AI ‘시아’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53편의 시를 선정해 시집 ‘시를 쓰는 이유’도 출간했어요.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사용할 수 있는 프로덕트가 만들어지면서,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기술을 소비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눈에 보이지 않던 기술 연구에서, 눈에 보이는 기술로요. 한 층 소비자와 가까워졌습니다. 외에 AI 언어 분석 기술이 탑재된 영어 학습 앱 레미(REMY)를 출시하기도 했어요.

AI 시아의 시를 선정하여 묶은 시집
영어 학습 앱 레미

위와 같은 이유로 카카오브레인 내부에서는 통합브랜드 구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커졌습니다. 이제, 정말로 카카오브레인이라는 기업의 아이덴티티와 이를 기반으로 내놓는 기술, 서비스, 비즈니스 간의 관계를 규정하고 이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통합 브랜드 개발이 필요해졌어요. 그간의 카카오브레인의 유산을 되집어 보며, 다양한 브랜드 전략에 대한 고민과 함께 깊숙한 DNA는 가져가되, 카카오브레인이 만들어갈 철학과 비전에 맞는 톤앤매너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결과로 개발된 것이 이번에 소개할 카카오브레인의 통합 브랜드 B^ 입니다.

Diacritic : 구분되며 동시에 열려있는

카카오브레인이 통합 브랜드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3가지는 ‘창의적인가?’, ‘확장성을 갖추고 있는가?’, ‘이를 설명할 근거와 의미가 명확한가?’입니다. 카카오브레인이 소비자들에게 좀 더 쉽고 탄탄하게, 실체 있는 브랜드로 다가가기를 바랍니다. 내부적으로 카카오브레인의 기술을 어떻게 설명해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치열했어요.

인간의 두뇌 또는 마음 자체가 기호들의 체제라고 세보크는 말한다. 그런가 하면, <나의 언어는 내 자신의 총계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사상이기 때문이다.> 라고 퍼스는 단언한다. 여기서, 언어는 물론 기호의 체제이다.

월프의 가설에 의하면, 언어가 인간의 사고에 모양을 갖춰준다. 이 가설을 기호에 연장하면 기호가 인간 영혼의 모습을 갖추어 준다, 가 된다. 인간이란 한마디로 기호들이 들락날락하며 인간을 형성하고 변화시키는 기호들의 놀이터이다. 기호학적 공정은 다음과 같은 지극히 중요한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그것은 자아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기능을 지닌다.
둘째, 기호학적 공정은 유전적 공정을 제압할 수 있다.

유전적 공정은 자아의 생존과 보전을 코드로 삼는 데 반해, 기호학적 공정은 자아의 변화와 재구성을 코드로 삼는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 상반되는 경향이 하나의 자아 안에 공존한다는 사실이다.

Unthinkable Question(?)과 Unthinkable Answer(!)도 마찬가지로 동시에 존재하는 것처럼.

원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설명하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카카오브레인이 고민 끝에 찾아낸 답은 기호학(Semiotics)입니다. 기호학은 문자를 인식하고 그 안에서 해석하는, 즉 주체에 따라 변화하는 코드를 말해요. 카카오브레인은 그 중에서도 다이어 크리틱(diacritic, 발음 구분 기호)을 통합 브랜드의 모티프(Motif)로 삼았어요. 어떤 단어에, 다이어 크리틱을 첨가하면 그 의미가 바뀌는데요. 예를 들면 ‘배’를 얘기할 때, 떠올릴 수 있는 의미는 세 가지입니다. 먹는 배, 사람의 신체 일부인 배, 타는 배. 철자가 모두 같은 단어라도 어떤 다이어 크리틱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발음의 형태와 단어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카카오브레인은 이러한 변주를 소비자에게 주고자 해요. 그것이 곧 카카오브레인의 에센스인 ‘Unthinkable question makes impactful answer’이기 때문입니다.

통합 브랜드 개발로 구축한 비주얼

어떤 질문을 받았을 때 그 질문에 대한 이해는 사람마다 달라요. A는 1로 B는 ㄱ으로 이해할 수 있죠. 또 그것에 대해 내놓는 답도 다 다릅니다. 누군가에게는 A가 답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B가 답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카카오브레인은 카카오브레인이 내놓는 결과물이 그렇기를 바랍니다. 카카오브레인의 기술, 프로덕트, 서비스를 통해 각각의 소비자들이 각자 다른 질문을 던지고, 또 각자의 답을 찾기를 바라요.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체계. 이런 것들을 어떻게 구체화할까를 고민했어요. 브랜드에 있어서 디자인 경험과 브랜드 경험의 교차점을 찾는 것. 그것을 가장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 같아요. 왜 이렇게 했는가에 대한 콘텍스트 있잖아요. 그 맥락을 어떻게 브랜드 경험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가장 많이 했어요. 이러한 지점이 브랜딩의 설득력을 높인다고 생각했습니다.

– 트로이(카카오브레인 UX 리드)
(위부터)통합 브랜드 로고, 프로덕트 적용 시스템

이런 관점은 결과적으로 오픈 디코딩(Open Decoding, 열린 해석)을 지향합니다. 카카오브레인이 내놓는 서비스 역시, 고객들에게 다양한 의미와 활용으로 쓰이길 바라는 마음과 일치합니다. 카카오브레인은 이러한 접근으로 카카오브레인의 ‘B’와 ‘열린 해석’을 의미하는 캐럿(^)을 합친 통합 브랜드 로고를 개발했습니다.

카카오라는 레거시 : 기술과 말랑함의 사이

카카오브레인이 통합 브랜드 개발을 하면서 가장 오랜 시간 논의했던 아젠다 중 하나는 ‘카카오의 노란색’입니다. 브랜드 컬러는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에요. 카카오의 노란색이 그렇습니다. 초기에는 카카오브레인 역시 이를 적극 활용했어요. 카카오브레인은 카카오 지분 100%의 자회사이기도 하고, 카카오에서 주력으로 준비하던 사업이기 때문에 카카오의 자산을 가져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카카오브레인과 카카오는 중심 비즈니스와 그 영역,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달라요. 특히 카카오브레인의 정체성인 ‘기술’을 브랜드에서 보여줘야만 했죠. 이제는 그렇습니다.

상당수의 기술 브랜드 컬러는 파란색이 메인이에요. 일반 대중들의 인식 역시 마찬가지죠. 그렇다고 파란색을 무작정 가져와서 쓸 수는 없었어요. 카카오브레인은 이번 통합 브랜딩에서 꽤 현명한 접근을 했어요. 카카오의 노란색은 가져가되, 이를 반전시켜 반대편에 있는 보색의 컬러로 파란색을 가져왔어요. 완전히 반대편에 있지만 연결고리가 존재하는 보색의 관계를 브랜드에 적용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기술과 카카오브레인이 양립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위부터) 각 브레인 블루, 카카오 옐로 컬러

카카오브레인의 브랜딩 방식 : 15일 만에 완성된 브랜드

카카오브레인의 통합 브랜드는 15일 만에 개발되었어요. 어떻게 그게 가능했냐고요. 내부 구성원들이 계속해서 카카오브레인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가 확장되던 2020년부터 해당 이슈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했어요. 내재화되지 않은 브랜드는 외부에서도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으니까요. 브랜딩은 실시간으로 이뤄졌어요. 업무 채널인 슬랙으로 모든 부서에 중간 결과물을 공유하고, 솔직한 피드백도 많이 주고받았습니다. 솔직히 담당 부서로서는 꽁꽁 숨겨서 개발한 후에 짜잔-하고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브랜딩은 특정 구성원이 완성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프로덕트 적용 예시(Karlo Moment)

특히 카카오브레인의 기술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하는 기술과, 이 기술이 탄생하는 데이터셋 체계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감을 못 잡고 있었죠. 힌트는 기술 부서에서 얻었어요. 오픈 리서치 리드인 클린트가 흘리듯 얘기하고 지나간 아이디어로, 완벽하게 소비자 언어로 치환되었죠. 원천 기술의 이름은 아티스트로, 기술의 탄생지인 데이터셋은 아티스트가 태어나거나 자란 곳의 이름으로 짓게 되었어요. 예를 들어 이미지 생성 기술은 아티스트 프리다 칼로의 ‘칼로(Karlo)’를, 이 기술의 데이터셋은 칼로가 태어난 코요아칸의 ‘코요(Coyo)’를 따 이름 붙였어요.

‘이전 방향이 우리한테 훨씬 맞잖아’ 이런 반응이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적어도 내부는 그렇게 커뮤니케이션하면 안 되잖아요. 특정 팀이 아니라 결과물을 같이 만들어가고,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거죠. 일방적으로 브랜딩을 해나가는 건 불가능해요. 누가 따라오겠어요. 이 과정을 거치고 나니 구성원들도 결과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고맙게도 잘 따라와 주고 있어요.

– 트로이(카카오브레인 UX리드)
트로이와 UX팀

통합 브랜드의 실체화 : 비디스커버

지난 10월 카카오브레인은 AI 기반 이미지 생성 앱인 ‘비디스커버’를 출시했어요. 새로운 차원의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기조에서 출발한 비디스커버는 카카오브레인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잘 보여줍니다. 이미지 생성 모델을 기반으로 탄생한 AI 아티스트 ‘칼로’를 활용해 만들어진 앱이에요. 비디스커버는 유저의 제시어에 따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인상파 화풍의, 수박을, 베네치아에서’라는 제시어를 고르면 1분도 안 되어서 칼로가 그림을 그려줘요. 완성된 그림은 공유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제시어로 만들어낸 그림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검색’은 이미 존재하는 무언가를 찾아보는 것이었어요. 카카오브레인은 여기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만약 이 세상에 없는 결과값을 원한다면?’이라고요. 비디스커버는 이에 대한 해답이에요.

비디스커버 앱 사용 화면

한편 비디스커버의 시각화 과정에도 많은 공을 들였어요. 통합 브랜드인 캐럿이 합쳐진 비디스커버는 특히 어떤 컬러를 담을 것인지 중점으로 두고 시각화되었어요. 유사한 서비스를 모조리 다운받아 가장 선명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한 컬러를 찾아냈습니다.

Unthinkable Question

카카오브레인은 흉부 엑스레이의 판독문 초안을 제공하는 AI도 웹데모버전으로 선보일 예정이에요. Large-scale AI(초거대 AI)를 의료영상 분석보조도구로 활용하는 것으로 세계에서 첫번째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사람이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부분을 짚어내 더 정확한 판독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지난 12월 한 포럼에서 김광섭 카카오브레인 CTO(최고기술책임자)는 AI 연구,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실용성’을 꼽았어요. 기술 연구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카카오브레인이 통합 브랜드 개발을 한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카카오브레인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언어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카카오브레인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준비를 마쳤어요. 비디스커버와 헬스케어 영역을 시작으로, 카카오브레인은 아마 더 많이, 다양한 모습으로 소비자의 일상에 찾아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