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교착상태일 때 질문은 해당 상태를 진전시키는 트리거가 되고 때로는 우리의 새로운 시작의 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처음 저에게 주어진 질문은 “어떻게 하면 함께 일하고 싶은 실력 있는 주니어를 카카오브레인에 합류시킬까?” 였습니다. 어찌 보면 모든 회사에서 하는 당연한 질문이 앞으로 이야기할 Pathfinder 여정의 시작이었습니다.


어떤 인재를 채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우리가 신입 혹은 주니어를 회사에서 뽑고 싶을 때 공개채용 혹은 인턴십 등의 형태를 통해 채용하게 됩니다. 요즘에는 이런 방식이 다양해져 부트캠프, 해커톤, 대외활동 등을 통해 좋은 성적이나 성과를 낸 이들을 채용하기도 합니다.

카카오브레인 역시 기존의 방식들을 처음에는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공동체의 공개채용 등을 통해 영입한 훌륭한 인재들도 많았지만, 여러 공동체 구성원의 의견을 듣다 보니 기존 채용 방식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해커톤은 시간이 빠듯해 제약이 있다 보니 아이디어에 집중한 장표 작업 등 겉모습만 볼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공모전은 아무래도 그 결과만 확인할 수 있다 보니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과, 그 사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자세히 볼 수는 없지요. 인턴십 역시 들이는 비용 대비 시간을 볼 때 평가할 수 있는 부분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료를 찾아나서는 여정, Pathfinder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던 와중, 결국 카카오브레인의 고민은 단순한 인재가 아닌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인재 영입 방식은 ‘우수한 인재’에만 초점이 가 있었습니다.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카카오브레인은 그 점을 고민했습니다.

이렇게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와 ‘성장’이라는 모토 하에, 카카오브레인은 ‘Pathfinder’를 통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 보고자 했습니다. 먼저 우리가 고민하는 업무적 태도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2차로 진행된 코딩 테스트 역시 코딩에 대한 고급 기술보다는 기본적인 지식이나 CS를 묻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Pathfinder의 여정

잠시 제 이야기를 하자면, 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요. 저는 교육이란 단순한 지식의 전승이 아닌 ‘선택권을 쥐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식의 전달과 전파가 너무 쉬워진 시대에 교육은 더더욱 사람들이 올바르게 판단하고 선택하는 데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함께 일하고 싶은, 성장의 잠재력이 보이는 동료를 만나게 되는 것은, 먼저 그들을 동료로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일단 Pathfinder에 참여하는 애자일 코치 여러분과 함께 여덟 번의 스프린트를 밀도 있게 구성했습니다. 각 스프린트는 일주일. 한 주 한 주 스프린트를 만들어 나갈 제품이나 서비스에 온전히 쓸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첫 한 주일은 온전히 Pathfinder에 참여하는 친구들이 프로젝트를 하는 데 있어 일에 관한 선택과 판단에 도움을 주는 교육에 집중했습니다.


보통 인턴십, 공모전, 해커톤 혹은 조별 과제 등은 주최 측이 임의로 팀을 지어주거나 짧은 시간 생긴 친분으로 결정되곤 합니다. 하지만 Pathfinder는 그 방식을 달리했어요. Pathfinder에서는 자신을 어필하고 팀을 구성하는 것은 물론, 프로젝트 주제 선정, 스프린트의 세부 설정 등을 모두 자기 주도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카카오브레인이 준비한 것은 선택지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환경, 그리고 템플릿 정도? 모든 과정은 Pathfinder 구성원이 선택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사실 기대도 많았지만 불안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Pathfinder 친구들은 놀랍게도 크루(krew)들의 기대 이상으로 주체적으로 활동했어요. Pathfinder 참여자는 모두 자신의 강점과 약점, 좋아하는 일과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자기 PR을 적극적으로 하고 자신이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와 자신이 잘하는 것을 서로 조율해 팀을 꾸리고 주제를 선정했습니다.


#1. 노마드 – 공간에 제약 받지 않는 업무

Pathfinder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노마드’, ‘몰입’, ‘성장’ 세 가지입니다. 각각의 키워드에는 명확한 목표가 있습니다. 카카오브레인은 기본적으로 자율 출퇴근제와 근무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역할만 잘 할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이것은 COVID-19 이후에도 계속될 카카오브레인만의 업무 문화이자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기도 합니다.

Pathfinder 프로그램 역시 ‘노마드’ 키워드는 같습니다. 그들 역시 크루들의 동료이고 나아가 앞으로 멋진 존재로 자라날 수 있는 원석이니까요. 초기 팀 빌딩 및 주제 선정을 위한 온보딩을 제외하면 Pathfinder의 모든 과정은 철저히 노마드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을 선호하는 팀과 혹은 100% 온라인으로 하는 팀 등 서로 특징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호오가 아닌 온전한 본인들의 선택. 오히려 시간과 공간을 넘어 근무 시간 이상으로도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저와 애자일 코치, 카카오브레인 크루들 역시 가능성을 깨닫고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2. 몰입 – 계획하고 실행한 후 회고한다

‘몰입’은 ‘어떤 일을 얼마나 원하고 있나?’,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나?’에 달려있습니다. Pathfinder를 지원하는 사람들에 대해 경험의 부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스프린트#0부터 스프린트#6을 설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부러 스프린트#0을 넣어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스프린트 방식의 근무를 경험하고, 자체적으로 플래닝하고 리뷰와 데모를 하는 시스템을 익히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과도한 목표를 세우거나 방향성이 흔들리는 경우도 물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은 팀의 리뷰를 통해 자체적으로 수정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코치들이 스프린트 도중 이런 것을 바로 잡을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런 것이 몰입을 방해하고 Pathfinder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의 선택을 침해하는 것으로 생각해 온전히 그들의 선택에 맡겼습니다.

다만, 그들이 실수하거나 특정 문제에 매몰되어 야크 셰이빙(Yark Shaving)을 했다면 그 순간은 반드시 팀원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회고를 요청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데요. 무심코 ‘아, 내가 잘못했구나!’ 하고 넘어가는 것과 ‘내가 언제 어떻게 결정해서 지금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되짚어보고 깨닫는 건 큰 차이가 있거든요.

#3. 성장 – 서로를 리뷰하며 레벨업을 깨닫는다

‘성장’은 전체적인 과정을 경험하며 스스로 달라진 부분을 체크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그들의 성과를 가시화하고 자신이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이 부분에서는 카카오브레인 애자일 코치분 여러분이 제안한 ‘리뷰 사분면’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이 사분면은 `좋았던 것`, `아쉬웠던 것`, `배운 것`, `고마운 것` 등 총 네 가지로 나눠집니다. 각 스프린트가 끝날 때 구성원들끼리 온라인 보드 서비스 Miro에 사분면을 구성해 온라인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진행했습니다.

자신이 성장했다는 것은 스스로가 그것을 느낄 수 있을 때 가장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1대 1 미팅을 통해 자신이 배운 것들을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들의 성장은 단순히 Pathfinder 안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Pathfinder는 이 원석들을 갈고 닦아 카카오브레인의, krew로 맞이하는 준비라 할 수 있습니다.

함께하는 동료를 찾는 힘들지만 보람찬 여정, Pathfinder

Pathfinder는 기존의 인턴십과 해커톤, 공채 등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입니다. 프로덕트를 기획하고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것을 라이브 해 실제 사용자에게 노출시켜 유저 리텐션과 운영, 그리고 개선까지 이르는 모든 과정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Pathfinder의 목표입니다. 물론 이 과정 모두 밀도가 아주 높고, 운영하는 사람이나 직접 참여하는 사람 모두 시간적 비용을 많이 투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우리 모두 기꺼이 이에 투자하는 이유는 이 방법이 그들을 업무에 깊이 몰입시키고 개개인을 성장시키며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노마드 Pathfinder(개척자)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Pathfinder는 앞으로 우리가 함께하고 싶은 동료(krew)를 찾고 앞으로의 미래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존재로, 같이 생각할 수 있는 존재로 독립시키는 것을 추구합니다. 처음 인재 영입 목적으로 시작한 Pathfinder, 이제는 그뿐만 아니라 창업을 하거나 어떤 프로젝트를 꾸리는 등 어떤 문제를 풀어나가는 인재를 키워나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카카오브레인 문화로 키워나가려 합니다.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습니다. Pathfinder는 세상에 산재한 수많은 Unthinkable Question을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해 사람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하려는 모든 이에게 열려있습니다. 앞으로 Pathfinder 참여자들과 카카오브레인의 행보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